2005 Homage to the Weeds
김제민 첫 개인전 (2005)—잡초를 위한 오마주
자연 본연의 상태는 공존이다. 가령 1 평방미터의 땅을 살펴보아도 그 안에는 나무처럼 큰 것에서부터 관목, 넝쿨, 풀, 이끼, 새, 설치류, 개미, 진딧물,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생명체들이 같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공존하고 있다. 물론 생존을 위해 먹이나 경쟁상대를 해하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자연은 언제나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온갖 종들이 혼재하며 공존하는 자연의 상태와 대조적인 것은 한가지 작물 만을 심어 놓고 다른 것들은 농약이나 제초제로 싹 죽여버린 단일경작(monoculture)의 상태이다. 잡풀이 하나도 없는 잘 정돈된 잔디밭은 내가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공적인 것이고 결벽증적인 것이다.
인간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순수한 것을 지향하곤 한다. 순수한 것을 추구할 뿐 만 아니라, 자신이 순수하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산다. 특히 한국인들은 더욱 그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사와 과학은 절대 그렇지 않음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한국처럼 소위 ‘단일한’ 민족도 수천 년간 다양한 민족과 문화권과 혼합되어 왔으며, 모든 인간은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유전자의 다양성, 그리고 종의 다양성 덕분에 멸종되지 않고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순수하거나 단일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관념 속에나 있는 허구적인 개념이다. 순수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심한 경우 파시즘의 대량학살로 이어진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웠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일하고 순수한 것이 아니라, 다양함 속의 공존과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작업은 바로 이런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며, 그러한 내용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진행된다.
마치 두 개의 상이한 집단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치 (Confrontation, 2005)>라는 작업은 단일 경작으로 구성된 콩밭과 그 바로 옆에 위치한 방치 상태의 잡초 밭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를 통하여 단일한 것과 다양한 것 사이의 긴장 관계를 의인화하여 보여준다. 그리고 두 집단의 경계선에는 마치 전쟁에서 희생된 것과 같은, 제초제에 희생된 말라 죽은 식물의 조각들이 땅에 널려 있다. 본인은 식물 연작을 통해 인간의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식물은 지구상에 산소를 공급할 뿐 만 아니라, 동물이 섭취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자연의 필수 불가결한 일부분이다. 또한 식물은 다양한 기능적인 측면 외에 관상, 또는 미학적인 기능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식물은 인간과는 다른 시간의 차원 속에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 모습이나 살아가는 방식에서 인간에게 많은 영감이나 교훈을 주기도 한다. 전통 한국화의 사군자도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모든 특성을 감안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행태나 단상들을 식물의 의인화를 통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면서, 결코 단순하지도 순수하지도 않은 내 자신의 모습을 작업 속에 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잡초’는 결국 복잡 다양한 사회 속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는 작가 본인의 자화상인 것이다.
Homage to the Weeds: Jeimin Kim’s Fist Solo Exhibition
The natural state of nature is coexistence. For instance, even in a single square meter of land, there are innumerable living things—from large life forms such as trees, bushes, vines, weeds, moss, birds, rodents, ants, and aphids to microscopic organisms—occupying the same space, but not invading one another’s territory. Of course there is always the need to eat others for survival or engage in battles with competitors, but nature has maintained balance in spite of, or with the help of such activities.
Contrasting to the variety and coexistence of nature is “monoculture,” in which everything except for one type of agricultural product is killed with insecticide or herbicide. A nicely kept grass lawn without a single weed, in my opinion, is not beautiful but an artificial and dreadful sight.
For some reason, people seek “purity.” Not only do they pursue it, but they live in a fantasy that they themselves are pure. Koreans appear to be all the more so. However, history and science teach us that it is absolutely not the case. Even so-called “homogeneous” people like the Koreans have intermingled with diverse nations and cultures for thousands of years, and all humans, like their fellow organisms, have avoided extinction thanks to their diversity in terms of genes and species. Purity and homogeneity are therefore concepts that only exist in idea. History has taught us how fanatic obsession towards purity led to massacre committed by Fascism.
Therefore, the direction, in which we should go, is not homogeneity and purity, but coexistence and balance within diversity. It is in this context that my work is carried out, using subject matter that well-reveals such contents.
Confrontation (2005), which portrays a bean field and a field of weeds side-by-side as if the two groups were in combat, can be seen as a metaphor of the relationship of tension between homogeneity and diversity. At the border between the two areas are the dead and dried-up remains of plants, most likely sacrificed by herbicide, resembling war casualties. My intension is to symbolically show the various aspects of people through a series of works featuring plants.
Plants not only supply the Earth with oxygen, but are also the primary source of energy that is ingested by animals. Furthermore, besides their diverse usages, they play a decorative or aesthetic role as well. Though plants live in a different dimension of time from us human beings, being living things, just like humans, they often provide inspiration or teachings. Korean traditional paintings of the “Four Gracious Plants” (i.e. plum, orchid, chrysanthemum and bamboo) are a good example.
Considering all these aspects, I express various behavior or scenes of people and society through the personalization of plants. The “weeds,” which are the main characters in this exhibition, are actually self portraits of the artist himself, struggling to live a good life in this complicated and multifarious world.
By Jeimi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