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Botanopolis
2008 김제민 개인전 "식물도시-Botanopolis"
Solo Exhibition 2008 "Botanopolis: City of Plants"
싱거운 유머 속에 탑재된 쓴 개념들
김제민은 찍기(printmaking)도 하고 그리기(drawing)도 한다. 가끔은 사진이나 비디오 영상을 작품으로 내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장르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 해도 그의 발언과 표현은 거의 같다. 대개 식물들의 모습을 의인화해서 보여주거나, 아니면 식물의 본성을 빗대어 인간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그는 식물을 비유하여 자기를 비롯한 인간의 행태와 생활상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상을 담는다. 여기까지는 그렇게 관심을 끌지 않는다. 이런 언사를 보다 흥미롭게 하는 것은 그의 독특한 화법이다. 인격화된 식물들의 모습은 애처롭게도 우습다. 그냥 인간을 흉내 냈다기보다는 그 대상에 연민과 (비)웃음을 불러일으킬만한 ‘아닌’ 모습으로 그리고 있어서다. 이런 이미지는 작가의 냉소적인 표현술과 화법이 낳은 결과물들인데, 그 태도가 관객에게 부정적으로 비치거나 경망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그 냉소적 유머는 작가의 노련한 - 작가는 아직까지도 어린 축에 속 한다 - 이미지에 대한 사고와 사회와 자신의 삶의 환경을 이루는 주변에 대한 성실한 관찰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김제민의 그림은 비교될만한 작품 군(群)들, 이를테면 네오 팝과 같은 유사한 형상성을 가진 작품들과는 품격이 다르다. 평가를 먼저 하자면, 그의 작품에는 진지함과 사물(특히 식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막연한 애정과 연민이 분명히 탑재되어 있으며, 그것을 단순한 감성으로 마무리 짓지는 않는다. 그래서 작품 속 이미지에는 경박한 (즉 얇은) 이미지 층과 그 밑에 깔린 두꺼운 의미 층이 함께 존재한다. 물론 후자를 인식하려면 작품을 보는 시간을 조금은 더 할애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 의미의 지층이 어렵게 찾아지지는 않는다. 작가의 문법은 누구나에게 친절하게 의미로의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그 의미 층 밑에는 보다 깊은 반성과 성찰을 위한 개념의 바닥이 존재한다. 여기까지 가야만 김제민의 그림은 그 함유한 내용물을 모두 털어놓을 수 있다.
그의 유머가 단순히 웃기지만은 않은 것은 작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그려진 이미지들은 순진해 보인다. 이렇다 할 조형적 구축은 대체로 절제된 편이며, 그렇다고 그 절제가 세련된 형태로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내키는 대로 혹은 어떤 구애도 없이 솔직한 표현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꾸밈 따위의 혹은 조형적 수준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등의 잡스런 추가는 완벽하게 지양된 상태이다. 그래서 김제민의 우스개 그림들은 이전 민중미술이나 현재의 사회비평적인 작품들에 비하면 덜 전략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도 일종의 수사학적 방법론일수 있겠다. 조금 더 신중히 살펴보면, 직설적인 언어구사처럼 보이는 언변 속에 교묘히 설정된 비유가 함께 작용하는 것처럼 그의 유머가 번복해서 읽혀진다. 직유법적 이미지의 활용은 비록 유치하고, 때론 허탈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것을 정련하거나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바꾸었다면, 설득력은 배우 감소되었을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예를 들면 <군자의 덕목 시리즈>는 대략 난감한 한문으로 비굴한 인생의 처세에 대해 말한다. 거대한 담론이나 거시적인 도덕은 일단 보류된다. 식물은 여기서 비유로서 텍스트를 의역(paraphrase)한다. 텍스트의 가벼운 난독을 해소해 주는 역할과 함께 의미를 보강해 준다는 뜻이다. 벽에 달라붙어 기생적인 삶으로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넝쿨나무나 아스팔트 틈에서 억세게 삶을 키운 잡초에서 혹은 철거 반대를 몸으로 쓰는 식물들의 모습은 스스로를 겨우 지켜가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어 준다. 식물들은 어떤 억압과 통제에 대한 말없는 반항과 힘없는 절규를 대변한다.
여기에서 냉소는 작가가 관객(혹은 우리)에게 보내는 감정적 메시지는 아니다. 냉소적인 유머는 사실상 현 사회의 모순과 모순 속에 질경이처럼 삶을 보존하고 지키려는 존재들을 향한 슬픔처럼 느껴진다. 비애와 인간미는 그의 웃긴 이미지 놀이에 웅크리고 있다가 그것과 만난 우리의 입가에서 지어지는 냉소로 전이되어진다. 비교적 오랜 동안 작가를 지켜본 필자는 그가 유머로 철학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것은 항상 내 기억 한 켠에 잠재되어 있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가 욕으로 철학을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던 것을 함께 기억하면서, 그런 완벽한 언사의 차원이 우리에게도 허락될 것인가라는 의혹에 빠진다. 교양과 학식이라는 그다지 믿을 만하지 못한 배경으로 얼마나 많은 속물주의가 미술과 문화 속에 퍼져있는가? 그런 상황 속에서 김제민의 그리기는 더욱 빛나고 순결해 보인다. 허술한 그의 작법과 웃기지만 결코 끝까지 웃을 수 없는 그의 유머는 작가의 눈과 마음이 세상을 바라보며 가슴 속에 묻었던 아픔처럼 전달된다. 그가 던지는 허무한 농담처럼 사회와 삶의 억지와 모순이 해소될 기회와 가능성이 약간이라도 있다면 좋겠다.
김정락 (미술사학)
Bitter Concepts Conveyed in Laid-Back Humor
Jei-Min Kim prints and draws. Sometimes he presents photography or video works as well. But no matter what genre he uses to work with, his statements and expressions are almost the same. He personifies certain appearances of plants or gives explanations about human nature based on comparisons with the nature of plants. In other words, he uses plants to talk about the ways of humans, including himself, ways of living, and the ways of society. The characteristics mentioned so far do not draw much attention. What makes such expression more intriguing is his peculiar method. The personified plants are miserably ridiculous. It is because rather than mimicking humans, he draws them in a way that rouses sympathy and (sardonic) laughter. Such images are the result of the artist's cynical methods of expression and speech, but the attitude does not appear as negative or frivolous. The sardonic humor is attributed to the still-young artist's experienced consideration of the image, and his sincere observations of his surroundings, which form society and the environment for his life. Thus, Jei-Min Kim's works are on a different level of dignity compared to works of similar figurative appearances, such as Neo-Pop. To make an evaluation first, his works definitely convey a sincere attitude, and a distant affection and compassion for objects (particularly plants) as well as humans. He does not complete them based on simple sentiment. So a light (shallow) layer of the image, and an underlying thicker layer of significance exist together in the works. Of course, one must invest a little more time to look at the works in order to perceive the latter. But that stratum of meaning is not so difficult to find. The grammar of the artist is kind enough to open its doors of significance to anyone. And beneath the layer of significance exists a floor of concepts for deeper reflection and introspection. This is the length one must go in order to disclose all the contents of Jei-Min Kim's works.
The fact that his humor is not just funny can be confirmed in his techniques as well. At first, the drawn images look naive. The formative construction is rather moderate, but this temperance does not appear refined, either. He truly demonstrates straightforward expression, without constraint. Thus, any decoration or unnecessary additions made to forcibly elevate the formative level are completely absent. So Jei-Min Kim's humorous works look less strategical compared to Minjung art from previous years, or today's works consisting of social commentary. But this could also be a certain rhetorical methodology. If we look a little more carefully, his humor can be read in reverse, as a simile cleverly established in something that looks like straight talk, is activated. The use of images in the form of similes may seem crude or sometimes even empty. But if they were refined or changed into a more polished method, the persuasive power of the works would have decreased significantly. To take a closer look, for instance, the "Virtues of the Gracious" series uses wretched examples of Chinese calligraphy to talk about the servile ways of getting along in the world. Any extravagant discourse or macroscopic morality is suspended for the time being. The plants paraphrase the text as similes. This means that they play a role of relieving the slight difficulty in reading the text, while they reinforce its significance. The vine that triggers compassion for its dependent life clinging to the wall, weeds that toughly sustain their lives in cracks in the asphalt, and the plants that oppose urban removal with their bodies are like mirror images of us, who barely manage to protect ourselves as we live in this world. The plants represent a silent resistance and powerless outcry against various oppressions and controls.
Here cynicism is not an emotional message from the artist to the spectators (or us). The cynical humor actually feels like sadness towards today's contradictory society and the beings who strive to preserve and protect their lives, like the Asian plantain, amidst such contradictions. Pathos and humanity crouch beneath the artist's funny image games until they are transferred into sardonic smiles at the sides of our mouths. Based on my relatively long observation of the artist, I felt that he is someone who likes to do philosophy with humor. And this reminds me of the philosophy of Wittgenstein, which is always dormant in a corner of my memory. Remembering his comment that he would like to do philosophy by swearing, I fall into doubt as to whether such a dimension of perfect speech will be permitted us. With how much Philistinism is art and culture infested, based on the unreliable background of education and knowledge? Under such circumstances, Jei-Min Kim's drawings seem even more radiant and pure. His flimsy drawing method and humor, which is funny but with a not-so-funny aftertaste, are communicated to viewers like an ache the artist buried in his heart as his eyes and mind looked at the world. Like the vain jokes he tosses out every now and then, hopefully there will be opportunities and possibilities for irrationality and contradictions in society and life.
By Jung-Rak Kim (Art Histor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