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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The Self-Invited Guests (article)

2010 불청객들 The Self-Invited Guests 기사

"다른 種도 함께 살아가는 게 어떨까요?"

- 길고양이 사진전 '불청객들' 연 김제민 작가

박근애 기자

서울시 서대문구 합동 프랑스대사관 옆에 자리 잡은 아늑한 카페 ‘에스프레소人’에서 사진전 ‘불청객들’ 을 열고 있는 김제민(38)씨는 본인을 시각 예술인이라 소개한다. 굳이 자신의 작품 활동 영역을 규정짓자면 비주얼 아티스트(Visual Artist)를 한국어로 옮긴 시각 예술인 정도가 맞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억세게 살아가는 잡초에서 인간 모습 찾아낸 시각 예술가
옥탑방에 찾아든 고양이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사진 담아내

고려대에서 동양사학과를 전공하고 착실하게 졸업까지 했지만 평소 관심 있었던 미술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서울대 서양화과에 다시 입학했다. “그때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요.” 서양화 전공이라지만 다양한 미술세계에 눈을 뜬 김씨는 도구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이유로 동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박근애 기자

©박근애 기자

서울대 재학 시절에는 부지런히 공모전에도 참가해 상도 탔지만 본인만의 작품 세계가 구축되면서 점점 개인적인 작품 활동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그가 집중한 것은 ‘잡초’라는 그냥 풀이었다. “도시 속에 사는 잡초에도 다들 이름이 있는데 모두 그냥 ‘잡초’로 불리더군요.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처절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스팔트 틈에서 억세게 살아가는 잡초와 제초제를 뿌려가며 박멸하려는 인간 사이에서 잡초가 조금 더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잡초를 위한 오마주’를 선보였다. 그의 그림에서 잡초는 유연성과 생명력을 기르기 위해 훈련하고 심지어 철사장을 연마하기도 한다. 또 잡초를 사군자로 군자의 덕목을 살아남고자 하는 잡초의 결연한 의지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찍고 그리고 가끔은 사진이나 비디오 영상을 만들기도 하는 그에게 정해진 영역이나 한계는 없다.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면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빠르게 움직이는 고양이를 잡아내기 위해 카메라가 동원됐다.
“작업실로 쓰는 옥탑방에 어느 날 고양이가 나타나더니 새끼를 몇 마리 낳고는 자리를 잡더군요. 기왓장을 깨먹고 시끄럽게 굴어 성가셨지만 또 귀엽다는 이중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도시의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길고양이가 불청객마냥 그의 작업실에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도시의 틈새에서 자라나 는 잡초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의 마음이 갈 곳 없는 고양이를 불러들였는지도 모른다.

창틈 사이로 최대한 그들의 공간을 존중해주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귀엽고 때론 날카롭고 상처받아 보이는 고양이의 모습을 담담하게 잡아낸 사진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이다. “종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에서 ‘구제(驅除) 할 대상’이 돼 버린 고양이의 모습이 잡초와 닮았더군요. 도시의 틈새에 사는 동물성 잡초라고나 할까요.”

지난 3월27일부터 4월17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를 두고 그는 멀리 오스트리아로 떠나게 됐다. 각국의 작가들을 초청해 작품 활동을 지원해 주며 다양한 교류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약자·자연·공존이라는 키워드를 다른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끌어 낼 수 있을지 실험해 보고 싶어요. 조형언어를 예술언어로 바꾸는 방법과 그 한계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겠죠.”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외모와 달리 너무나 한국사람 같은 그가 국제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터라 기대가 남다르다. 모두가 똑같이 생긴 대한민국에서 소외받는 잡초와 고양이를 넘어 세계인의 눈과 공감을 얻어 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지 기다려진다.
guena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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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4/13 [12:00]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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